그러나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온라인에 저마다의 공간을 하나씩 갖게 되면서 최근의 커뮤니케이션은 오히려 비동시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동시적 커뮤니케이션은 빠른 소통이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단점도 있다. 상대에게 실시간으로 반응해야 한다는 것은 확실히 스트레스다. 그래서 대면 인터뷰 보다는 서면 인터뷰가 편하고, 전화보다는 메일이 편하다. 비동시적 커뮤니케이션은 오래 생각할 수 있는 여유와 더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미니홈피에서 가장 활발한 채널은 방명록이다.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 것보다, 방명록에 인사 한 줄 남기는 것이 나도 편하고 그 쪽도 편하기 때문이다. 내가 할 말이 있다고 해서 불쑥 전화를 걸어 상대의 시간에 개입하는 것은 실례다.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사생활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 패턴의 변화다.
비동기적 커뮤니케이션은 동기적 커뮤니케이션에 비해 소극적이다. 남겨두고 오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동기적 커뮤니케이션보다 더 소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있다. 바로 내 공간에 남기는 것이다. '우동 먹고 싶다' 라고 글을 적었다. 이건 친구에게 메신저로 우동 먹으러 가자고 꼬시는 것보다 소극적이다. 그렇다고 아무도 볼 수 없는 일기장에 쓴 것도 아니다. 내가 여기에 글을 쓰면 누군가가 '우동이나 먹으러 갈까?' 라고 댓글을 달아주길 바라는 심리다. 거절 당했을 때의 스트레스도, 상대를 귀찮게 한다는 부담감도 없다. 가장 비동기적이기 때문에 가장 스트레스가 적다.
온라인에서의 내 공간은 대화의 장으로서의 역할과 아카이브로서의 역할을 병행한다. 그러나 서비스로서 의미가 있으려면 아카이브로서의 가치를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 notepad.exe와 블로그 사이의 시장을 만들어 내야지, 메신저와 채팅 서비스의 틈으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 내 공간에 적는 글들이 모두 누군가를 향한 메시지라면, 그것은 지난 대화함에 다름아니다. 그 방향으로 발전해 사용자가 늘어난다 하더라도 채팅 서비스나 dcinside 같은 게시판 서비스와 경쟁이 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우리 서비스에 담기는 글들이 최소한의 의미를 갖는 컨텐트이길 바란다. 컨텐트의 최소화된 형태여야지, 대화의 확장 형태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기록으로서 가치를 갖는 공간이 되고, 그 공간으로 친구를 초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서비스 내에서 친구들이 늘어나, 의도하지 않아도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상황이 되어야 한다. 물론 그렇게 만드는 것이, 그렇게 성공하는 것이 훨씬 어렵겠지만 말이다.
ps. 이 글은 지난 글에서 언급한 서비스의 시장 가치와 공유 방식에 대한 나름의 소명글 입니다.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Posted by Lipi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