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7월, 영화잡지 KINO는 99호를 마지막으로 폐간되었다. KINO가 폐간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영화 매니아들은 nkino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영화라는 거대 문화의 든든한 한 축을 담당했던 잡지를 그렇게 쉽게 폐간해도 되는 거냐고, 겨우 웹사이트 하나로 그걸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냐고 성토했다. 회원 탈퇴 운동도 일어났고, 조직적인 반대 움직임도 있었다.
KINO는 매니아 잡지였다. 무겁게 써내려간 기사들(왕가위 감독에 대한 오마쥬로 대표되는)은 영화 매니아들의 구미에는 맞을 지언정 대중의 입맛과는 거리가 멀었다. 판매 부수는 나날이 떨어지고 있었고, 광고면은 점점 얇아져갔다. 이대로 가다가는 회사 부채만 늘어날 뿐 상황이 반전될 기미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사장은 몇 달을 고민한 끝에 어렵게 폐간을 결정했다.
영화지 [KINO]의 힘겨웠던 8년-99호를 끝으로 폐간하는 속사정
매니아의 시장 가치
매니아는 많은 긍정적인 흐름을 리드한다. 최근 블로거들이 이끌고 있는 웹2.0이 그렇고 웹표준이 그렇다. 그들이 보이는 집중력과 적극성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경제적 관점에서 매니아들로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시장에서 큰 가치를 가지려면 매니아들보다는 일반 사람들의 기호에 맞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마케팅 관점에서 매니아는 최초의 소비자 계층으로 분류된다. 이들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서비스는 일찍 문을 닫게 된다. 하지만 얼리어답터들의 인정을 받으며 어느 정도 성장을 거친 후, 일반 사용자vs 매니아 중 양자 택일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사업자는 어쩔 수 없이 일반 사용자를 택하게 된다. 갖는 시장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소외감을 느낀 매니아들은 여기까지 온 게 누구의 공인데 이렇게 홀대하냐며 회사를 비난한다. 어디 잘 되나 두고 보자며 다른 서비스로 둥지를 옮긴다.
이글루스는 매니아 서비스인가?
이글루스의 사용자들이 모두 매니아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합병에 대한 최근의 글의 흐름에서는 다분히 매니아적 성향이 느껴진다. 본인들이 만족하는 현재의 이글루스 외 어떠한 변화도 허용하지 않는 고집이 느껴진다.
매니아들은 서비스 사업자에게 매우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순결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상업적인 변화와 선택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글루스 운영자들은 물론 이러한 사용자들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금의 이글루스에 이런 저런 상업적 시도를 했을 경우 돌아올 사용자들의 반감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이글루스는 마땅한 수익원이 없는 서비스였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문을 닫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이도 저도 못하고 몇 개월을 소진하다가 지쳐, 이제는 대기업을 핑계로 경제적인 고민에서 손을 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는 애초부터 합병 밖에 방법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합병은 자연스러운 서비스 발전 과정이다
내가 이글루스를 열심히 쓰고 있다는 것이 이글루스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지는 몰라도 당장 돈이 필요한 사장의 고민을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서비스가 초기 단계를 지나 안정기로 접어들면 인프라를 해결할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하게 된다. 안정적인 수익 모델로 자력갱생을 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신념을 가진 집단이 자본을 얻게 되었다는 건 축복할 일이다. 물론 그들이 새로운 집단 에서 어떻게 적응해 나갈지, 서비스가 어떻게 변해갈지 우려하는 마음은 모두 같겠지만 벌써부터 걱정할 일은 아닌것 같다. 프리챌처럼 당장 돈을 받겠다고 나선것도 아니지 않는가.
Posted by Lipi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