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pio's blog

UX와 조직

2008/01/25 13:34 인터페이스

UX(User Experience)라는 단어가 업계에서 인용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이전에는 UI, Usability 등으로 정의되던 업무들이 어느 순간부터 사용자 경험이라는 단어로 포장되더군요.

웹사이트들이 플래시, AJAX 등을 기반으로 점점 풍부한 인터페이스를 갖게 되면서, 시각적 측면만이 아닌 공감각적 측면으로, 씬이 아니라 플로우로 접근해 우수한 사용자 경험을 갖게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UI라는 개념이 UX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과연 객관적인 지식이나 이론을 바탕으로 성장한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습니다. 그 간의 결과물들도 객관적 검증이 가능한 방법론 혹은 평가 기준을 가지고 진행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UX에 관한 합리적 기준들을 개발하고, 적용하고, 학습하는 과정들이 과연 충분히 이루어졌나요?

UI라는 개념은 웹에이전시들의 적극적인 도입으로 보편화된 경우입니다. 기존의 기획, 디자인, 개발의 단순한 프로세스에 컨설팅 개념을 도입해 부가가치를 얻기 위한 목적이었죠. 그러나 UI는 분석적 방법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직무의 독창성을 어느 정도 인정 받았습니다. 수십년 전부터 산업디자인, 산업공학 등의 커리큘럼을 통해 학문적 지지기반을 닦아왔죠.

물론 웹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이런 기반을 갖추지 않은 사람들이 본인의 주관적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UI 컨설턴트 역할을 자임하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조금 안 좋아지긴 했습니다. 이제 막 실무에 들어온 사람들이 컨설턴트입네 하며 감놔라 배놔라 하는데, 그런 사람들을 100% 존중하긴 어렵죠. 그러다 보니 일부 기업들은 방법론의 학습를 통해 프로세스를 내재화 시키려는 노력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협의의 개념으로 이해되던 UI라는 분야가 어느 순간부터 UX라는 단어로 보다 포괄적인 의미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UX가 구체적으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직무를 정의하는지 명확히 선을 긋지 못한채 사용자 경험의 향상을 위한 모든 업무라고 에둘러 표현합니다.

사용자를 고려해 무조건 좋게 만드는 것이 목적인가요? 'User Centered Design' 은 모든 디자이너가 고려하는 가치입니다. 이제와서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거죠. 사용자 현혹을 위한 일종의 마케팅 용어로 이해하는게 오히려 편할 지도 모릅니다.

UI가 방법론을 통한 수렴 위주의 엔지니어링 프로세스였다면, UX는 발산 위주의 창조 작업에 가깝습니다. 일정 부분 아트의 영역이라는거죠. 그렇기 때문에 구체적인 이론을 기반으로 하기 어렵습니다. 어떻게 창조의 룰이 존재할 수 있겠어요.

그러다 보니 UX 담당자는 컨설턴트 수준으로 인정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고유의 영역이 없기 때문에 차별화되기 힘들고, 조직 내에서 그저 하나의 실무자로만 이해되고 있습니다. 감각 좀 있고 실무 경험 좀 쌓이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조직 내에서는 이따금 충돌이 일어납니다. UX라는 조직도 만들고 프로세스도 정착시키려고 보니, 이들이 관여하지 않는 분야가 없거든요. UI 프로세스라면 기획이나 디자인 사이쯤 어디에서 하나의 프로세스로 이해할 수 있지만, UX라는 건 브랜드부터 서비스 컨셉, 기획, 디자인까지 웹사이트 개발에 필요한 거의 전 분야에 있어 사용자 중심이라는 가치를 내 걸고 간섭을 하게 되니 실무자들 입장에선 짜증이 납니다. 기획자도 디자이너도 자꾸 내 영역을 침범 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죠.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이상적인 프로세스는, 실무 담당자 모두가 UX에 대한 높은 이해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별도의 프로세스나 개입 없이도 스스로 그런 서비스들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실제로 많은 UI, UX 조직은 기업 내에서 일정 부분 교육의 역할 또한 담당하고 있구요. 그렇다면 UX 조직의 궁극적인 형태는 교육 부서인가요?

글쎄요, 어려운 문제입니다. 사용자에게 보다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모든 기업이 추구하는 바지만, 어떻게 그걸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인터넷 업계에서 UX 개념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영한 nhn이, 최근의 조직 개편을 통해 방향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nhn 정도면 나이쓰하게 해결해 주기를 기대했는데, 역시 현실은 현실인가 봅니다.

같은 바닥에 있는 사람으로서 직무의 전문성이 위협받는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닙니다. 욕심을 내서 두루두루 모든 걸 하려고 하지 말고, 오히려 분야를 좁히고 프로세스 완성도를 높이는데 중점을 두어 조직내에서 고유의 영역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나 잠깐 생각해 봅니다.

2008/01/25 13:34 2008/01/2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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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 사용자 경험(UX) 이란?

    Sukhyun.blog 2008/04/11 14:57 D

    요즘 웹 업계 및 모바일 업계에서 떠오르고 있는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UX 라는 단어인데요. UX 는 사용자 경험이라는, User eXperience 를 줄인 말입니다. UX 라는 분야가 사실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물론 UX 를 연구하는 분들도 계시고 업체들도 몇 있습니다만) 마케팅 용어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 용어는 Commercial design 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해준다는 측면에서는 굉장히 설득력 있는 단어죠.어떤 사람들은 "UI 는...
  1. 빨빤 2008/04/11 14:57 U E R

    이 글 보고 리플을 달려다가 회의가 있어서 못달았었거든요. ㅋㅋㅋㅋ 저 역시 전적으로 공감하는 부분이예요. 특히나 마지막 단락!!! ㅋ

    • Lipio 2008/04/11 15:10 U E

      이미 읽으셨었군요. 그럼 괜히 트랙백 걸어 귀찮게 해드린 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 빨빤 2008/04/11 16:45 U E

      귀찮긴요-_-;;; 저 은근 열혈 구독자라능;; ㅋㅋ

    • Lipio 2008/04/11 18:36 U E

      참 감사하다능;;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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