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pio's blog

성공 경험

"성공 경험이 있습니까?"

그제 들은 질문입니다. 이 바닥 경력 10년에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지만, 아직 혼자서든 팀원으로서든 당당히 내세울만큼 성공한 서비스를 만들어본 경험은 없습니다. '아니오'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되물었습니다.

"한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데 있어 성공 경험이 그렇게 중요한 요소인가요?"

이미 여러 번의 성공 경험을 가지고 계신 그 분이 대답하셨습니다.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 얼마나 절실하게 노력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 경험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성공 경험이 있는 사람만 성공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시려던 것은 아닐겁니다. 대단한 성공 경험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또 성공 경험의 한계에 빠져 실착을 되풀이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이 봐왔던가요.

하지만 그 말씀이 주말 내내 머리에 맴돌아 다른 생각을 방해합니다. 나는 왜 성공 경험을 가지지 못했나. 나는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가. 모른다면 이 자만심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사회 생활 초기에는 개인에게 결정권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제 경우도 조직 내에서 작으나마 결정권을 가지게 된 것이 몇 년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전의 프로젝트들의 실패에 대해 '난 책임이 없어' 라고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성공은 미로 같아서 시간이 오래 걸릴지언정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언젠가 빛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그 동안 전 너무 일찍 게임을 포기해왔던 것은 아닐까요.

제주도에 미로 공원이 있습니다. 입구와 출구가 한 눈에 들어오는 종이 미로만 보다가 사람 키 높이의 나무로 둘러 쌓인 미로에 발을 들여놓으니, 그 몇 번의 실패와 시행 착오들이 눈으로 펜을 따라갈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짜증나고 스트레스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미로는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어느 한 방향을 정해 계속 짚어가면 반드시 빠져나갈 수 있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면 맞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매우 오랜 시간 무수한 실패를 반복해야겠죠.
 
그 분이 말씀하시려고한 것도 결국은 끈기인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고집과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잃지 않는 자신감.

마라톤을 완주해 본 사람은 하프 마라톤에 임하는 사람의 마음 또한 잘 이해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성공을 이루어내신 분들과는 말을 섞는 것만으로도 배울 점이 참 많습니다. 저는 언제 저런 경지에 오를 수 있을까요.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08/04/07 18:30 2008/04/07 18:30
2008/04/0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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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빨빤 2008/04/11 16:47 U E R

    생각해볼 것이 많은 글이예요.
    성공한 프로젝트라...저도 외주로 진행한걸 제외하면...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아요. 외주업체의 서러움이랄까요. 흑.

    • Lipio 2008/04/11 18:37 U E

      아비를 아비라고 부를 수 없는 길동이의 슬픔이 이해가 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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