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pio's blog

CRI 분석 방법론

2008/05/08 14:09 커뮤니티

일본에서 피클이라는 서비스를 만들 때 이것이 여타의 서비스들과 어떤 차별점을 가지는가에 대해 명확히 정의를 해야했던 단계가 있었습니다. 인터넷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류의 커뮤니티 서비스들, 예를 들어 SNS와 게시판, 블로그와 까페가 이 서비스 피클과 어떤 속성에 있어 어떤 차이를 가지는가에 대해 구체적인 데이타가 필요했던 거죠.

가장 먼저 했던 일은 기존 서비스의 구성 요소들을 하나하나 분석하는 것이었습니다. 서비스들에서 모든 기능과 정보 요소들을 하나씩 떼어낸 다음, 비슷한 속성을 가진 것들끼리 재분류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헤치고 모으는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최종적으로 세 가지의 공통 속성이 드러나더군요. 바로 컨텐츠관계 그리고 아이덴티티였습니다.

현존하는 인터넷의 모든 커뮤니티 서비스들은 이 세 가지 요소를 반드시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용자와 사용자를 이어주는 관계가 있고, 그들이 만들어 공유하는 컨텐츠가 있으며 각 사용자들이 서비스내에서 보여지고 이해되는 방식으로서의 아이덴티티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서비스의 성격에 따라 이 요소들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기는 하지만 '각 항목들이 서비스내에서 어느 정도의 중요도를 갖는가' 혹은 '사용자들의 욕구 해결 능력은 어느 정도인가' 등의 수치적 차이에 따라 서비스간 변별성이 생겨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블로그의 경우 애초 컨텐츠의 유통을 위해 만들어진 틀이기 때문에 컨텐츠의 생산, 유통 등에 막강한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권한 설정이나 댓글, 트랙백 기능, RSS 등이 모두 컨텐츠를 위한 기능들이죠.

대신 관계 측면에 있어서는 거의 고려되어 있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각 블로그 사용자들간의 관계 혹은 운영자와 방문자와의 관계 등이 지극히 1차원적입니다. 네이버는 이웃 블로거, 서로 이웃 블로거 등의 관계 개념을 보다 강화해 제공하고 있지만 서비스의 필수 요소는 아닐뿐 아니라 모든 블로그의 공통 포맷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최근 메타 블로그, 블로그링 등 블로그 기반의 관계형 서비스가 등장하는 것도 이런 관계적 욕구를 기존의 블로그라는 틀 내에서는 온전히 해결하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덴티티 관점에서의 블로그는 글들이 가지는 일련의 흐름이나 문체, 표현 방법, 특정 이슈를 바라보는 관점 등을 통해 개인의 사상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본인 취향에 맞게 블로그를 꾸미거나 디자인을 변경하는 기능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표현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싸이월드의 경우는 미니미, 미니룸 같은 아바타 활용이나 스킨, BGM 등을 통한 미니홈피 데코레이션이 적극 장려된다는 관점에서 아이덴티티 성향이 보다 높은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계적 측면에 있어서도 워낙 사람 중심의 서비스다보니 일촌 개념, 일촌의 그룹핑과 컨텐츠의 노출 수위 조절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외려 컨텐츠가 다소 덜 중요하게 취급받고 있는데, 다른 사람의 컨텐츠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경로가 막혀있고 대부분 해당 사용자의 미니홈피로 유도된다는 점에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컨텐츠의 효율적 소비와 유통보다 사람간의 관계와 배려가 더 중요한 서비스 항목인 것이죠.

같은 기준으로 다른 커뮤니티 서비스들을 분석해 보면 아래와 같은 차이를 볼 수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이런 기준으로 기존 서비스들을 이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클이라는 서비스는 기존 블로그에 비해 컨텐츠에 대한 부담은 조금 낮추면서도 서비스내에서 아이덴티티와 관계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서비스로 기획되었던 것입니다. 기존 블로그와는 커버리지 수준이 조금 다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금까지 예를 든 것처럼 커뮤니티 서비스를 분석하는데 있어 컨텐츠, 관계, 아이덴티티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어느 정도는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각 키워드의 앞글자를 따서 CRI 분석 방법론이라고 이름을 붙여 개인적으로는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각 서비스들에 대한 평가자의 이해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기준으로도 분석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수치를 가질 수 있습니다. 완벽한 방법론이라고 말할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고 실무에 활용 가능한 수준은 된다고 판단해 혹 같은 업무를 하시는 분들 중에서 필요하신 분이 계실까 싶어 이렇게 소개를 해 보는 것입니다.

단, 차별화 상태를 이해하는데에는 효과적일지 모르지만 그 차별성 자체가 서비스로서의 경쟁력을 가지느냐는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그 수준의 차이를 사용자가 매력적으로 인식하느냐 그래서 충분한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겠느냐는 다분히 사업적, 주관적 판단에 기인해야 할 것입니다. 미니블로그가 2,2,2 포지션을 갖는다는 것과 2,2,2 서비스가 매력적이다 라는 것은 전혀 다른 인사이트니까요.

2008/05/08 14:09 2008/05/0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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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factory 2008/05/14 14:14 U E R

    CRI분석이라. 재밌네요. 저도 동감합니다. :)
    혹시 관련해서 정성적으로 분석하는 보다 구체적인 방법이라던가. 각 컨텐츠,관계,아이덴티티를 산정하는 기준(?)등의 가이드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술자리에서? ㅎㅎ

    • Lipio 2008/05/14 17:27 U E

      감사합니다. 추가 정보는 공짜로는 어렵고 쏘시면 알려드립죠. ㅎㅎ

    • Lipio 2008/05/14 17:58 U E

      그러고보니 닉에 블로그 링크를 처음 걸어주셨네요. 피드 추가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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