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님이 쓰신 선수와 해설자라는 글을 읽고 '나는 선수인가 해설가인가' 잠시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생각을 하다 보니 '과연 이 바닥에 해설자라는 직종이 존재하기는 한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해설자라면 응당 그의 말을 가치있게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 법인데,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해 경청하는 사람들이래봐야 고작 이 바닥에서 같이 뛰고 있는 선수들 정도가 아닌가 싶었어요. 선수들에게 논을 설파하는 건 코치지 해설자가 아니잖아요. 기자나 블로거라면 해설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경우도 독자와 방문자 대부분이 이 바닥 사람들이라는데서 딱히 대중을 대상으로 한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결국 실무를 직접 뛰는 선수냐, 선수에게 조언을 해주는 코치냐로 나뉠텐데 그런 기준이라면 제가 코치였던 적은 없습니다. 여태까지도 선수였고 앞으로도 계속 선수일 것 같습니다. 언젠가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컨설팅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려면 그 전에 제대로 된 서비스 하나 정도는 성공시켜놔야겠죠. 그렇지 않으면 이 바닥에서 컨설턴트로서 말빨 세우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훌륭한 선수가 아니었으면서도 훌륭한 코치로 성공한 사람들은 많지만, 성공적인 선수 경험이 코치로서의 역량에 플러스가 되는 건 분명하니까요.
얼마전 웹기획 컨설팅으로 유명한 어느 블로거분께서 방문자들을 대상으로 본인의 웹기획 강연에 대한 참가 의사를 물은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그 때 쉽게 '예스' 라고 답글을 달지 못한 것도 사실 그 분이 어떤 성공적인 서비스 기획 경험이 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회사에 기십만원의 컨퍼런스비를 청구할 수 있는 급의 선수들에게 필요한 건 책이나 이론서에 기반한 방법론이 아닌 것 같아요. 실무를 해오면서 매 순간 겪었던 어려움들 그리고 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방법들, 그걸 찾을 수 있었던 계기 뭐 그런 것들이 필요한게 아닐까요.
구글 개발자가 얘기하는 검색 개발의 어려움, 네이버 담당자가 말하는 포털의 미래에 대해서는 언제든 귀를 열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무슨무슨 강사 혹은 어디어디 교수가 얘기하는 웹은 기대 가치를 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요. 한국의 웹2.0 컨퍼런스가 계속 뜬구름을 잡는 것도, 아직은 국내에 성공한 웹2.0 서비스가 없어서가 아닐까 조심스레 결론지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