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하신 분으로부터 이름이 안 좋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수리성명학으로 봤을 때 흉수가 낀 이름이라더군요. 너무 안 좋으니 빨리 개명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진지했습니다. 정말 개명을 해야하나 고민이 되더군요. 성명학이라는 집도 절도 없는 이론에 연연하는게 스스로도 한심했지만, 당시는 그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개명을 고민하면서 가장 염려가 되었던 것은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이었습니다. 30년 넘게 써온, 당신이 손수 지어주신 이름을 바꾼다고 하면 얼마나 서운해 하실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사실 예전에도 예명처럼 쓰던 이름이 있었는데 그 얘기를 듣고 아버지가 꽤 섭섭해 하셨던 적이 있거든요.
비논리적인 것은 어떤 것도 믿지 않는 뼛속까지 공돌이인 놈이 이따위 논리에 흔들리냐는 생각이 다른 한 편에서 스믈스믈 고개를 내밀었지만, 성공할 수 있다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이름쯤이야 못 바꾸겠냐는 생각에 이미 귀는 멀고 눈은 뒤집힌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일 개명에 대해 이런 저런 가능성을 고민하다가, 다른 사람들의 경우는 어떨까 한 번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수리성명학으로 이름운을 봐주는 사이트에 무릇 성공했다고 하는 사람들 이름을 넣어봤는데..
이건 뭐 좋은 해석이 하나도 없더군요. 이건희, 정몽구, 정몽준, 김대중, 이명박. 이름으로 보자면 어느 하나 제대로 된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물론 저마다 고생도 했을테고 공과도 있겠지만 사회적인 기준으로는 이미 다 성공한 사람들 아닙니까. 그런데 성명학으로는 성공은 커녕 지지리 궁상 아니면 단명일 팔자더군요.
갑자기 신뢰도가 확 떨어져 버렸습니다. 머리속의 구름이 싹 걷히면서 그 동안 내가 얼마나 우매한 논리에 빠져 허우적거렸는지 막말로 참 쪽팔리더군요. 덕분에 앞으로는 이 이름을 더 아끼고, 좋은 이름 지어주신 아버지께 감사하며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