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시간 후 아내가 흔들어 깨웠다. 밖을 보니 벌써 아침이다. 몸이 아파 일찍 잠들었던 아내가 나를 찾아 거실로 나왔나보다. 아들은 안방에서 잔단다. 그렇게 귀찮게 하더니 지도 피곤했나보군. 안방으로 들어가려고 불을 끄려는 찰나, 아들이 늘어놓은 장난감들이 눈에 들어왔다. 소꿉놀이, 인형놀이, 교통신호놀이. 모두 나랑 자주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이었다. 혼자서 놀기에는 참 재미없는 것들이었다.
새벽 4시, 쇼파에 누워 자고 있는 아빠를 보며 그 놈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몸이 아파 깬 아이에겐 참 외롭고 낯선 시간이었을텐데 왜 난 일을 핑계로 그 놈을 혼자 방치해 두었을까. 아빠 한 번 흔들어 깨우지 않고 혼자 조용히 놀다가 방으로 들어가는 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미안했다. 아들한테 참으로 미안했다.
Posted by Lipi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