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pio's blog

아들

2008/06/18 13:06 생각
배를 내놓고 자더니 감기에 걸렸는지, 아들이 밤새 가래 때문에 잠을 설쳤다. 칭얼대는 놈 달래느라 덕분에 나도 잠을 못잤는데, 급기야는 새벽 4시쯤 내 손을 끌고 거실로 가잔다. 잠 다 깼으니 같이 놀아달라는 뜻. 그 놈 손에 이끌려 거실로 나갔더니 그 시각의 어둠이 낯선지 빨리 불을 켜라고 성화다. 온 집안의 불을 다 켜주고 쇼파에 앉았다. 그림 그려달라 책 읽어달라 보채는 놈을 두고 내 딴에는 출근해야 한다는 핑계로 쇼파에 누워 잠을 청했다. 놀고 싶은 만큼 놀고 자겠지 싶었다.

두어시간 후 아내가 흔들어 깨웠다. 밖을 보니 벌써 아침이다. 몸이 아파 일찍 잠들었던 아내가 나를 찾아 거실로 나왔나보다. 아들은 안방에서 잔단다. 그렇게 귀찮게 하더니 지도 피곤했나보군. 안방으로 들어가려고 불을 끄려는 찰나, 아들이 늘어놓은 장난감들이 눈에 들어왔다. 소꿉놀이, 인형놀이, 교통신호놀이. 모두 나랑 자주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이었다. 혼자서 놀기에는 참 재미없는 것들이었다.

새벽 4시, 쇼파에 누워 자고 있는 아빠를 보며 그 놈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몸이 아파 깬 아이에겐 참 외롭고 낯선 시간이었을텐데 왜 난 일을 핑계로 그 놈을 혼자 방치해 두었을까. 아빠 한 번 흔들어 깨우지 않고 혼자 조용히 놀다가 방으로 들어가는 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미안했다. 아들한테 참으로 미안했다.
2008/06/18 13:06 2008/06/18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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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트람 2008/06/19 11:47 U E R

    비슷한 경험이 있는 애아빠가 코끝 찡해지고 갑니다 ;ㅁ;

    • Lipio 2008/06/19 19:21 U E

      좋은 아빠 되는게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

  2. sonagi 2008/07/07 14:05 U E R

    어떤 마음인지 느껴집니다. 아빠 공부한다면 방해도 하지 않는 아들 녀석에게 항상 미안해 합니다. 아들 보고 싶네요.

    • Lipio 2008/07/08 11:06 U E

      부모 마음은 다 비슷한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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