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관점에서의 웹디자인

어쩌다 맥이 두대가 되어 이들간 동일한 업무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방법을 찾다가, 모바일미(mobileme)라는 애플의 최신 서비스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60일의 시험기간을 경험할 수 있어 제깍 신청하고 몇 일 사용중인데, 결론적으로 업무 환경 동기화 기능보다는 웹하드적인 성격이 더 강한 것 같습니다. 데이터의 완벽한 회수가 불가능한 분산 네트웍 환경에 개인 데이터를 올려놓는 것을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개인적 성향상(빅브라더 무섭다능;), 시험 기간 종료 후 서비스 연장을 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것보다 오늘 얘기하고 싶은 건 모바일미 웹사이트의 디자인입니다. 유비쿼터스 맥 환경을 구축하는 차원에서 맥 어플리케이션과 거의 같은 톤앤매너로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이런 디자인을 보면 웹 디자인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속성으로 언급되는 용량과 로딩 효율성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거의 모든 웹사이트가 네트웍 속도가 느린 지역에서 웹페이지 처리 속도가 느린 컴퓨터로 접속했을 때도 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가볍고 빠르게 디자인하는 것을 우선하는 현실에서, 맥의 디자인은 그것을 거의 정면으로 거스를만큼 풍부한 그래픽과 다양한 스크립트를 사용하고 있죠.

사실 '풍부한 사용자 경험'이라는 미명하래 플래시와 이미지로 떡칠된 웹사이트를 빈번하게 접할 수 있는 한국적 상황에서는 그리 이슈가 될 것이 없지만, 가장 극명한 대척점으로 언급될 수 있는 구글(그들도 최근엔 자바 스크립트에 많이 의존하고 있지만)이 여전히 환영을 받고 있는 글로벌 웹환경에서 지금의 맥 디자인은 상당히 모험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굳이 모바일미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그들의 웹디자인은 웹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출판쪽에 가까운 모습을 보입니다. 한 화면을 한 장의 종이로 봤을 때 느껴지는 저 아름다운 레이아웃은 제작, 운영 효율성 차원에서 장려되는 그리드 기반의 일반 웹사이트와 조금 동떨어진 양상을 보이죠.

디자이너와 개발자 사이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웹디자인이 갖추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속성으로서의 속도가 무시된다는 것은 예를 들어 옷을 디자인하는데 있어 가격과 실용성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글이 추구하는 텍스트 기반의 가벼운 웹사이트를 유니클로라고 보고, 웹이 사용자와 접점을 이루는 순간의 감성적 카타르시스를 중요시하는 맥의 디자인을 오뜨꾸뛰루 정도라고 보면, 패션 소품으로서 옷이 갖는 기본적인 심미적 가치 추구보다 그것이 생산되고 유통되며 소비되는 환경을 더 중시하는 유니클로와 그것들은 일절 무시하고(혹은 우선 순위를 낮추고) 오직 미적 완성도로서만 이해되고 관찰되는 상황, 즉 런어웨이에서의 오뜨쿠튀르 디자인을 동일선상에 놓고 가치 판단을 하기란 어렵습니다.

길거리나 학교, 회사에서 흔히 발견되는 아이템으로서 유니클로(류의 브랜드)가 갖는 포지션이 있고, 고급 연회장이나 칵테일 파티의 참석자들이 입는 의상이 거의 오뜨꾸튀르 수준의 미적 가치를 추구한다고 봤을 때, 하나의 목적에 대한 두 갈래의 큰 줄기를 굳이 한 가지 잣대로 비교평가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환경과 사용자, 목적에 따라 중요시해야 하는 것들의 우선 순위를 고려하고 그것들을 적정한 비율로 잘 섞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뻔한 얘기 하나 하자고 이렇게 길게 글을 쓰는 이유는, (이전에도 언급했었지만) 이건 뭐 거의 올플래시 수준인 하나은행 웹사이트를 보면서 은행 사이트가 그 정도의 드레스업을 추구하는 것이 과연 필요한가 탄식이 나오게 하는 것도 웃기고, 속도 하나에만 매달려 예쁘지도, 기능적이지도 않은 굴림체로 완전 드라이한 텍스트 기반의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도 웃기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 입니다. 둘 중의 어느 하나도 최선이 아닌데, 본인이 우선하는 기준을 바탕으로 다른 디자인을 애써 폄하할 필요는 없다는거죠.

Posted by Lipio

2008/10/16 13:39 2008/10/1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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