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에 보트피플이라는 사이트를 만들 때, 당시 개발을 도와주던 닷넷 개발자가 재미난 것을 보여주겠다며 불렀다. 사용자가 액션을 취할 때 경고창으로 나타나던 메시지를 페이지 리로드 없이 해당 버튼 근처에 바로 표시할 수 있는 기능이었다. 스크립트가 보편화된 지금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기능이지만, 당시에는 닷넷에서만 지원하던 꽤 낯선 기능이었다.
그 개발자는 매우 훌륭한 인터페이스라며 내게 적용할 것을 권했다. 논리적으로는 옳았다. 사용자가 주목하고 있는 공간에 피드백을 바로 표시하는 것은 경고창으로 띄우는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난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난 그 아이디어를 채택하지 않았다. 사용자들에게 익숙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은 내게 익숙하지 않아서였다.
난 발상의 전환에 서툴다. 쉽게 고정관념에 빠지고 헤어나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앞서서 깨기 보다는 남들이 깨 놓은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제사 내 것으로 차용하는데 익숙하다. 평균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기획자로서는 모르겠다. 하지만 디자이너로서는 꽝이다. 아무래도 공돌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나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