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라는 공개된 장소에 글을 올렸다고 해도, 내 공간에만 걸려있는 것과 (컨트롤 불가능한) 타인의 영역으로 퍼져나가는 것은 불안감의 수준이 다르다.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 없었던 글의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것에 더욱 예민할 수 밖에 없다. 우클릭이나 스크랩을 금지하는 것(개인적으로 정말 싫어하지만)은 그들에게 있어 최소한의 방어 수단이다. 어찌저찌하면 뚫릴 수 있다는 것도 알지만, 그거라도 해 놔야 마음이 놓인다. SECOM은 못 달아도 문은 잠궈놔야 안심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노출을 꺼리는' 한국인의 습성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오랜 경험을 통해 인터넷에 함부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치유 불가능한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직 그런 경험이 적은, 있다고 해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 국민성의 사람들과 비교하며 우리 나라 네티즌들을 폐쇄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난 오히려 미국의 인터넷 성향이 점점 폐쇄적으로 변할 거라고 생각한다. 국민성에 비추어 속도는 조금 더디겠지만).
인터넷은 툴이다. 그 자체로서 목적이 아니다. 정보의 DB화는 물론 필요한 작업이고 공유와 참여로 더욱 빛을 발하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정보화를 목적으로 인터넷을 할 필요는 없다. 그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도 없다. 인류의 모든 것이 데이터베이스화되는 날이 왔다고 해서 '인터넷 이제 그만' 끝낼 것도 아니지 않은가.
Posted by Lipi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