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오프라인이었다. 마빡이에 출연중인 대빡이가 수능으로 고생한 고3들을 위해 3천빡을 하겠다고 호언장담했고, 그는 정말로 그걸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 사람들은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한 그의 노력에 박수를 보냈으며, 그 동영상은 곧 유명해져 싸이월드 광장에 올라오게 되었다. 동영상을 본 사용자들은 댓글을 통해 자신의 소감을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는데, 그 중 대빡이를 따라하겠다는 이효진씨의 댓글이 유독 많은 호응을 얻었다.
그녀가 자기가 한 말을 지킬 것이라고 믿었는지, 혹은 그걸 테스트 해 보기 위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그녀의 댓글을 추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말 베플이 되었다. 그런 이효진씨를 돕겠다는 사람도 나타나기에 이른다. 이 댓글을 추천한 사람들 중 저 사람들이 정말로 그렇게 할 거라고 믿은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그냥 유희 아니었을까? 재미있는 댓글을 추천하고 그것이 베플이 되는 것을 즐기는 놀이에 다름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효진씨는 자기가 한 말을 정말로 지켰다. 대빡이와 같은 장소에서 대빡이를 따라했다. 고영권씨도 그녀에게 KTX표를 제공했으며, 그녀를 따라가 동영상을 찍고 편집하여 싸이월드에 올렸다.
대단하지 않은가. 온라인이 오프라인으로, 다시 온라인으로 순환하는 순간이다. 베플 하나 때문에 얼굴 모르던 남녀가 만나 서울을 돌아다니며 동영상을 찍었다. 대중을 향한 무의미한 약속일 수 있었던 댓글이 의미를 갖게 되는 순간이다. 베플이 놀이가 되는 순간이다.
이 베플 놀이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이효진씨 글의 베플이 되었던 백두현씨도 약속을 지켰다. 정말로 연병장에서 빨간 내복을 입고 대빡이 춤을 추는 동영상을 찍어 싸이월드에 올렸다. 그리고 백두현씨가 올린 오늘의 글에서도 또 다른 약속이 시작되었다. 베플이 된 이대의씨가, 이춘호씨가 정말 약속을 지킬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베플을 통한 대빡이 따라하기는 이미 하나의 놀이가 되어버렸다. 참여한 사람도 보는 사람도 즐거운 재미있는 일탈.
댓글은 대중을 향한 메시지다. 아무도 그것을 관심있게 지켜보지 않는다. 곧 잊혀지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그걸 지켰고 실천했다. 처음엔 진심이 아니었을지라도 그것을 진심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예쁜 마음들이 인터넷이 신뢰의 공간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만든다. 긍정적인 에너지는 쉽게 퍼지고 전파되기 마련이다. 인터넷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약속을 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우려하던 한국의 인터넷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Posted by Lipio


